Be melted #8 72x53.0 oil on canvas
사탕이 아니면 뭘까?
우리는 흔히 사탕을 달콤하다고만 알고 있다. 그런데 진효선 작가의 사탕에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녀는 ‘사탕’을
마이크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말하고 있다.
Be melted
녹아 내리는 사탕에 대한 이야기
실제 사탕보다 더 진짜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작품 속의 사탕은 화려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에게 이 현상은 겉모습만 화려한 꼴과 같다. 무한 복제이면서 동시에 인공적인 것이 딱 사탕인 것이다. 그리고 사탕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서로 엉겨 붙어 망가져 버리는데, 그 과정이 흡사 달콤한 겉모습이 허물어져 내리는 우리네 모습을 예견하는 것과 같다. 존재와 본질에 대한 무거운 얘기일 수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색채만으로도 감상의 이유는 충분하다.
미미의 이층집 45.0x53.0 oil on canvas
전혀 가족사진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작가에겐 아버지가 없었다. 작가는 사진관 쇼윈도에 걸린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소외감을 느끼던 중, ‘과연 저들이 진짜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행복을 보여주기 위해 찍는 사진, 그리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잘 가꿔진 사탕과도 같다. 아버지의 부재는 영화 속 부성애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가 매워진다. 그 밖에도 유년시절 찍었던 사진에선 딸을 위한 어머니의 부단한 노력이 엿보인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했던 어머니의 의지가 사진으로 증명된다. 하지만 결국 사탕이 되어버린 작가의 모습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기묘한 가족사진일 수 있으나 사실 우리의 이야기이니 부정할 수 만도 없다.
한국, 영국, 프랑스인의 중산층 조건에 대한 유머가 있다.
한국은 아파트 평수 30평 이상, 월 급여는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예금 잔고는 1억 이상, 그리고 해외여행은 1년에 몇 번씩 다녀야 한다. 반면에 영국은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독선을 지니지 말 것이며,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는 외국어 하나 정도는 구사하며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바로 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 여기서 극명한 차이가 보인다. 비록 유머이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뼈있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과연 진정한 행복인지, 아트살롱 이랑에 전시된 작품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큐레이터 박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