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하는 도형의 성질 / 김수지 / installation / 2016.3.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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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하는 도형의 성질_Installation view_MAKSA


삼각뿔은 무엇인가? 삼각뿔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삼각뿔에 대해서 정확한 인지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 있다’ 라고 하는것은 어떤것인가?

전시장 내의 모든 사물들은 거울이나 유리(창)을 통해 우리의 눈을 거쳐 우리에게 인식된다. 사물의 본질이란 우리의 의식 속에 있는 그것과 같은 것일까? 실재하는 사물과 지각된 사물과의 모호한 경계는 무엇으로 구분될까?

전시장의 유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 사물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개념 사이의 경계이다. 

사진 안에 있는 사물 (도형) 거울, 그에 비친 모습, 구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액자 이 여러 겹의 레이어는 대상(사물)을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창(체계)와 같다. 이 전시는 의식 이전의 사물 (즉, 본질)을 우리가 인식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탐구이다.

                                                                                                                                                 -  작가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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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창_유리, 석고모형, 나무, 나사못_90(H)x170x122(cm)_2016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는 만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인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며, 이는 내가 사는 세상을 정의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인식할 때 우리는 기존의 정보와 기억, 경험 등을 통해 내재된 다양한 체계의 창으로 세상이라는 밖을 내다본다. 유리는 투명한 비물질적 재료이지만 동시에 분명히 존재하는 실질적 재료이다. 유리는 투명한 고체와 액체 상태의 중간적 성질을 가진다. 투명한 비물질성은 사색적 공간을 제공하며, 여려겹의 중첩된 투명한 유리의 레이어는 빛, 반사, 비어있음과 혼합하여 완전한 추상을 만든다. 거울은 투명한 유리와 반사된 이미지와 함께 시선의 분리를 만든다. (거울속) 어떤 시선이 나를 보고 있음을 발견한 우리는 자아를 인식하며 주체와 객체의 끊임없는 분리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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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흔들림_밀가루, 실_가변설치_2016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과 내가 맺는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간과하며, 대상의 객관적 의미에 집중한다. 무언가와의 관계를 통해 인식된다는 것은 대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감각을 통해 체화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객관적 정보의 허구성과 환상과 대비되며 스스로의 입장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대상과의 관계가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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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관찰_유리, 거울, 벽돌_가변설치_2016


작가는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축적되어 온 기억과 그 기억이 시간을 거치며 소멸되고 변형되어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과정을 파라핀과 같은 엔트로피적 소재를 사용하여 이야기 해왔다. 이는 그 동안 다루었던 시간성과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기억에 따라 어떤 대상의 인식이 조작되는 것에 관한 내용의 작업이다.  


일련의 사진 시리즈는 기하학적 오브제와 거울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실재와 비 실재의 이미지를 혼동하게 되는데 이를 어떠한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거울에 비친 대상에 대한 당연시되는 생각과 관습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잠시 접어두고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여러 겹으로 쌓여진 유리에 맺힌 나를 내려다보는 것은 나의 인식과 외부의 상과의 마주 보는 것이며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며 자신의 인식 체계를 바라보는 관찰을 행하게 한다. 그렇게 인식 이전의 것과 인식 사이의 모호한 경계들을 품고 있는 작업은 우리에게 인식에 대해 물어온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대한 질문은 우리에게 가벼운 흔들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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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창_유리, 석고모형, 나무, 나사못_90(H)x170x122(cm)_2016


상황적 요소가 중요시되는 설치 작업은 관람객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관람객들의 참여와 경험은 작품과 작품이 놓인 장소적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성된다. 관람객의 작품 감상은 체험이라는 과정을 수반하며 시간성을 가진다. 또한 개별 작품이 유기적 연관을 통해 전시 공간은 하나의 작업으로 확장됨으로써 관람객에게 마치 무대와 같게 느끼게 한다. 이는 연극적 형식을 포함하여 관람객들과 상호작용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가진 경험이나 의식 자체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러한 모든 것들로부터 분리시켜 대상을 고찰해 주어진 현상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모색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한다. 그 과정은 마치 우리에게 끈처럼 이어지는 인식과 같이 시간성을 가지며 불변하는 객관적인 세계가 아닌 변화하는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 구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