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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연 개인전 

《우리의 몸에서 만나요 | We, Me: Embodied Solidarity》

 

🫧 일시 : 10/3-10/26(월, 화 휴무) 12-18시

🫧 장소 : 플레이스막3(서울 서대문구 홍연길96 지하 1층)

 

연대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연대는 어떻게 사람들의 몸을 타고 실체를 가진 무언가가 되는 것일까. 12월 3일 이후의 탄핵광장과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의 매끄럽지 않은 광장과 연대의 역사를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기억은 나를 2011년 7월 10일 새벽으로 데려다 놓았다. 한진중공업 85크레인 위의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희망버스를 타고 갔던 그날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 자기 연대의 촉감과 온도를 가늠하고 상상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기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작가노트 중에서)

 

- 기획 : 김명희 @blurry_daydreams

- 협력 : 김지은

- 자문 : 오혜진 @goodohae

- 퍼포먼스 : 윤가연 @here.everywhere

- 퍼포먼스 영상 : 정다희 @heeroroll 베리벨 스튜디오 @verybell.studio

- 사운드 : 밤 @bam0111

- 디자인 : 입체적기쁨 @glryee

- 설치 : 그린레벨 @greenlevel.art

- 인터뷰 참여 : 김진숙, 감자, 김금희, 김지혜, 김혜리, 민선, 숲달, 이다연, 전해인

 

이 사업은 2025 아르코 다원예술 창작산실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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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지 못한 대자보가 있었어요." 류소연 작가는 그렇게 말하며, 2013년에 쓰고도 붙이지 못했던 대자보를 꺼내 보였다. 어렸을 때 쓴 글이라 많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제 몫을 다하지 못한 대자보가 그보다 더 오래된 시간, 2011년의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는 당시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난생 처음 맞고 온몸으로 공포를 느끼며 시위 대열에서 벗어나 찜질방으로 향했다.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작가는 2011년의 경험을 '수치심'이라고 말하며, 붙이지 못한 문장들과 얽혀 몸에 깊이 새겨져있다고 말했다.

 

작가가 꺼낸 기억 앞에서 나는 나의 ‘붙이지 못한 대자보’를 떠올린다. 외면하거나 지나쳐버린 시위의 모습들, 참여하지 못했거나 망설였던 기억들, 끝내 내걸지 못한 말들. 어떤 이들은 ‘연대’라 부르고 또 다른 이들은 ‘선동당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부르는 두 시선 사이에서, 내가 기억하는 장면들은 이렇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들을 위한 촛불, 유모차를 앞세웠던 광우병 시위 행렬, 강남역 지하철 출구를 가득채웠던 포스트잇 물결, 세월호의 노란 물결과 이태원의 보랏빛 추모, 그리고 촛불의 힘으로 이룬 첫 번째 탄핵과 응원봉의 빛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탄핵 시위.

 

나는 이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 내가 함께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시위로 해결하려는 듯한 피로감 때문에, 때로는 시위 현장에서 겪을지 모르는 불이익이나 위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또 때로는 감당할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로 물러서기도 했다. 바쁘다는 그럴듯한 이유 혹은 핑계로, 혹은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외면한 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끝내 외면할 수 없어 2016년과 2024년, 두 번의 탄핵 시위에 거리로 나갔다. 공교롭게도 2024년 12월 3일, 나는 일찍 잠이 들어 여의도에 함께하지 못했다. 동료 시민들에게 빚을 진 듯한 마음이 남았다. 그 이후 더는 부끄러울 수 없다는 생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있던 날,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폭동이 일어난다면 이제는 온몸으로 견디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정리해두고 안국역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난 지금, 세상은 조금 달라진 듯하지만 나는 여전히 현장에서 몸으로 맞서는 시위에는 소극적이고, 서명이나 청원처럼 덜 위험한 방식에는 적극적이다. 나는 이런 내가 여전히 부끄럽다.

 

하지만 이 전시는 바로 그런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다. 《우리의 몸에서 만나요》는 연대가 단일한 감정이나 모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감정과 형태로 불완전하게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 전시는 우리 모두에게 연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안한다. '투쟁하고 연대하는 몸'들을 주제로, 우리의 몸들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가상의 장소를 상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위를 '선동당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치부하고, 현장에 나서는 연대를 유일한 정답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작가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바깥에서 우리가 서로를 의지하며 존재하는 자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연결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그 공간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의 몸에서 만나요》는 시위에 나서기를 주저하거나 심지어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적극적인 연대의 모습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연대 역시 의미 있음을 이야기한다. 결국 이 전시는 연대를 하나의 거대한 몸짓이 아닌, 서로의 기억과 흔적을 모으는 작은 몸짓들의 연결로 재해석하며, 당신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연대의 길을 제안한다. 그렇게 만난 몸들은 고유한 힘을 발휘하며 세상을 느리지만 결국은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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