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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마주한다. 그 다짐이 거듭되는 가운데 비슷한 사고의 소식도 계속 들려왔다. 기억하겠다는 말과 반복되는 사고가 함께 놓인 현실에서 나는 이상함과 부조리감을 느낀다. 이를 계기로 몇몇 큰 사고를 되짚어보며 나 자신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사고의 원인과 조건, 구체적인 정보보다 뉴스에서 보았던 잔해와 구조 장면, 추모 이미지와 당시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같은 사건에 관한 기억 안에서도 어떤 장면은 크게 남아 있었고 다른 내용은 희미했다. 일부는 서로 뒤섞여 원래와 다른 내용이나 장면으로 남아 있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 기억에서 발견한 이러한 불균형과 뒤섞임을 회화의 방법으로 탐구한다.

 

작업을 위해 사고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 통계, 추모 이미지에서 자료를 가져왔다. 형상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은 남기면서 크기와 위치를 바꾸고 몸과 사물의 비례를 변형하거나 서로 다른 형상을 연결했다. 일부는 겹치거나 가리고 지웠으며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인물과 캐릭터도 함께 놓았다.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과 연결하느냐에 따라 같은 자료도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갖게 되었다.

 

실제 사고 통계의 상승과 하락을 그대로 파도와 산맥의 윤곽과 높낮이로 옮긴 작업에서는 자료의 변화가 형태 안에 남지만 원래의 수치와 내용은 화면만으로 읽기 어려워졌다. 수치를 나타내던 선이 물결과 능선이 되는 동안 색과 붓질은 파도의 움직임을 만들고 산맥에 더한 고깃덩이 같은 질감은 풍경에 몸의 감각을 겹치게 했다.

 

장소를 다룬 작업은 추모 포스터의 색과 이미지 요소를 장막으로 바꾸었다. 바닥의 원근과 인물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남기면서 주변 공간 일부를 가려, 추모에 쓰인 요소가 장소의 분위기와 보이는 범위를 바꾸도록 했다. 또 다른 작업에서는 사고 현장의 구조요원들이 몸을 받치고 둘러싼 모습이 명화 속 장면과 겹쳐 보였던 데서 출발했다. 두 장면을 연결하고 몸과 옷을 늘이고 휘게 하면서도 각 이미지의 특징은 남겨, 서로 다른 장면 속 인물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했다.

 

형상의 크기와 비례를 바꾸는 일은 장면의 느낌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사고에 관한 정보에서 출발한 작업은 깃털을 왜곡하고 과장해 인물의 얼굴과 충돌시켰다. 다른 작업에서는 살과 뼈, 기계의 형태를 겹쳐 거대한 잔해를 만들고, 강렬한 노을빛 아래 작은 인물들을 배치했다. 감정적으로 강하게 남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선택한 빛과 크기의 대비는, 서로 다른 형태가 섞인 잔해를 장엄하게 보이도록 했다.

 

친숙한 캐릭터를 잔해 곁에 놓은 작업에서는 그 친숙함과 안전한 느낌이 잔해에서 오는 불편함을 가리는 모순된 장면을 만들었다. 캐릭터 주변 배경에는 관련 자료의 텍스트를 가져와 배열하되 문장으로 읽히지 않는 선과 색의 흔적으로 남겼다. 형상을 쉽게 알아보는 것과 주변의 내용을 읽는 일은 서로 달라졌고 캐릭터와 잔해의 결합은 장면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바꾸었다.

 

이처럼 자료의 역할을 바꾸고 형상들을 연결하며 장면의 인상을 조정하는 동안, 어떤 것은 더 두드러지고 어떤 것은 읽기 어려워졌으며 원래 자료에는 없던 몸과 풍경, 관계가 만들어졌다.

전시 제목 속 ‘기억구멍(memory hole)’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가져왔다. 소설에서는 기록을 없애는 통로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기억구멍’은 사건의 흔적과 장면은 남아 있지만 그 안의 내용과 관계는 달라지거나 충분히 읽히지 않는 공백을 가리킨다.

■ 노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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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스트라이크-4_2026_ Acrylic and oil on canvas_100×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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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스트라이크-3_2026_Acrylic and oil on canvas_130.3×9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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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구멍_2026_Acrylic and oil on canvas_120×16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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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어떤것_2026_Acrylic and oil on canvas_138×28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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