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e Room / 조영환 / acryl, installation / 2011.11.01 - 11.13

Nose Room

조영환

 

 

2011.11.01-11.13

Opening reception 11.01 p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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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_Nose Room_아크릴, 설치_가변크기_2011

 

 

 

까만 바닷 속을 허우적 대는 해파리 처럼 작품은 벽과 바닥에 묻힌다. 작품은 얇은 아크릴로 만들어졌다. 모호한 형태는 어떤 것인지 유추해내기 어렵다. ‘이것은 무엇일까?’ 사람들 마다 차이가 있어도 그 정체를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받침대 위의 작품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 수수께끼를 푸는 듯하다. 알기 전까지는 여러가지로 상상하지만 정체를 알아버리면 무구했던 상상의 폭은 여지없이 제한된다. 그래서 고민하게 됐다. 이 글의 첫 소절부터 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숨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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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을 직면하기 전까지 얼마 만큼의 기억을 생산할 수 있는 지가 궁금해졌다. 잊혀지는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기로 하고... 가늠하기 힘든 기억의 양을 세아리다가 내 것 만이 아닌 개개인들의 기억까지 인식하게 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지닌 엄청난 양의 기억이, 물질적인 것들에 내재되어 평온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반면 삶을 산다는 것은 기억에 무참히 속박 되어있는 듯하기도 하다. 자아가 ‘기억하는 것’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그 ‘기억들이 빚어 낸 나’ 이기에 벗어날 수 없다. 조영환 작가는 빛과 빈 공간으로 기억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빛으로 불러낸 기억이 빈 공간을 채우게 되면, 연상되는 많은 기억들이 뒤를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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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닥의 빛이 어둠을 가른다. 팽팽한 빛은 사물에 맺히고 더 이상 전진하지 않는다. 사물 표면에 맺힌 빛은 독특한 형태의 면을 만들었다. 타고 흐르는 빛이 아닌, 정지하여 정확한 형태를 갖춘 빛. 조영환 작가는 빛을 받는 사물의 하이라이트를 추출해냈다. 빛이 번지지 않는 재료를 사물에 바르고 강한 빛을 쏘여 정확하게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빛을 받고 가장 두드러지던 비정형은 얇은 아크릴의 정형이 되었다. 전시의 제목인 Nose Room(이하 노즈 룸)은 영상에서 피사체의 시선이나 방향이 향하는 쪽에 남겨지는 공간을 말한다. 노즈 룸을 두는 이유는 비어있는 공간에 다른 인물이나 물체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빈 공간에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이 관념적인 전문용어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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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 작가는 무의식의 기억들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고 말하며 기억을 불러내는 하이라이트로 잊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회상을 유도했다. 왜 하필 기억을 불러내는데 빛을 이용하기로 했나 생각해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가닥의 기억을 작가는 빛으로 대신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이라이트로 축약되어 버린 수많은 기억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담을 수 없었음’을 인정한 듯 없음(無)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감상법은 형태를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형태로 추측할 수 있는 한계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면 작가가 처음 만났던 사물의 모습이 눈 앞에 여릿하게 그려질 것이다.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