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物 / 김보리 / installation / 2012.11.30-12.13

놀 유 물건 물

 

Nov 30 - Dec 13, 2012

Opening Reception 7pm Nov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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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존재란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내가 한 지점에 서 있고 시간에 따라 무언가가 오른쪽에서 다가와 왼쪽으로 사라진다면 나와 그 무언가는 특정 시간대와 공간에서 한번 마주친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한 번의 부딪힘이 다섯 번, 열 번, 백 번, 천 번 쌓여 축적됨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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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김보리 작가는 과거의 공간 덕수궁에서 현대의 상궁으로 일했다. 우연히, 아주 정말 우연히 도자기의 파편인 조각 하나를 발견하여 줍고 소장한 것이 시작이었다. 현대가 아닌, 적어도 백 년 전쯤 실용적 기능을 가진 도자기로 구워져 몸체를 갖췄을 조각은 흙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숨 쉰다는 단어는 살아있는 존재에게만 붙이는 개념이지만, 예컨대 모래사장에서 파도에 깎여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조개 조각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우리에게 미묘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살아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단지 내가 그것의 가치를 보고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밝게 빛나며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작가는 조각을 마주친 것이고 동시에 주워서 갖고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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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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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작가는 약 1년 남짓한 시간동안 궁 안에서 생활하며 많은 조각들을 만났다. 한 개가 열 개로 늘고, 열 개가 백 개에서 이백 개로 늘어갔다. 처음에는 타인에 의해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거나 혹은 세상을 향해 스스로 발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역사에 묻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보고자 보관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그 양이 방대해져 개별 조각이 아닌 조각 집단의 모습으로 조각들을 인식하게 되었다. 집단이 된 조각은 작가로 하여금 유물 가능성 여부를 짐작하게 했다. 조잘대는 조각 집단을 가상으로 머리에 인 채, 작가는 문화재청에 조각들의 유물 가능성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문화재청 직원의 답변은 “덕수궁에는 도자기 유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물로 인정받기에는 가치가 부족하고, 덕수궁 바닥에 굴러다니기에는 미천하지만 역사적 가치가 분명하고, 작가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애초에 수집을 목적으로 모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이 조각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즈음 플레이스막은 김보리 작가에게 전시를 제안한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이들의 발언을, 수다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작가는 전시를 승낙한다. 조각들은 전시를 위해 불가피하게 작가의 집으로 이동하고 근 1년의 시간동안 발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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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모든 대상은 자신이 놓인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변화한다. 조각 또한 그랬다. 처음 작가와 1:1로 만났을 때 조각의 발언과 집단으로 모였을 때의 발언, 마침내 개인의 사적 공간에 놓였을 때 조각이 내는 소리는 저마다 달랐다. 개인의 공간에 존재하는 한 그것은 누군가의 부속물처럼 계속 시들어갔다. 조각이 자체적으로 발언을 멈춘 것이다. 다른 맥락으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이 궁에 있을 때보다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조각을 갖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안에서도 실험을 계속 했다. 유물 발굴단처럼 조각을 일렬로 나열하여 각개의 모양을 비교하며 기록했다. 다른 시공간에 놓일 때마다 조각은 미묘하지만 조금씩 다른 발언을 했다. 그 소리를 귀담아 듣는 행위가 작가에게는 작업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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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物_도자기 조각_가변설치_2012

 

 

조각을 발견하고부터 전시를 앞둔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작가는 조각과 살을 맞대고 살았다. 조각과 대화하며 개별 조각을 알아가는 일은 더디게 발걸음을 옮겼다. 추억은 지층처럼 쌓여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지층들 하나하나를 손으로 더듬어가며 형태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 2년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조각은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노출될 것이다. 작가가 아닌 또 다른 발견자들에 의해 이동을 하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발언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의 소음으로. 그리하여 개별 조각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여기서 말하는 제자리란 어느 곳, 어느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기에 지금 연남동 전시장 바닥에 놓인 조각들은 빛이 난다. ■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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