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순간 / 강지윤+장근희 / mixed media / 2012.08.24-09.06

강지윤+장근희

 

 

낭만의 순간 Romantic Moments

 

 

Aug 24 - Sep 06, 2012

Opening Reception 8pm Aug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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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순간

낭만의 순간은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된다. 우리가 발견한 ‘낭만’은 생활 속에서 매 순간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그러나 그 안에 삶의 경험과 감정들이 살아있는 그런 말들이다. 네 번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낭만의 순간’은 일상의 대화 속에서 발췌한 대화들을 재해석하여 주변의 흔한 공간 속에서 영상, 사운드, 현장 설치 등을 통해 낭만성을 발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각각의 작업 속에서 사운드는 바람 소리에 섞여 흩어지고, 네온을 닮은 영상들은 도시의 밤 풍경과 겹쳐진다. 시멘트 캐스팅은 회색 도시에 섞여 풍화된다. 보통의 순간들을 덧없이 흘러가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런 순간을 붙잡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속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일상적인 낭만을 해석하였다. 이 네 번의 프로젝트는 다시 하나의 도큐멘트로 해석되어 플레이스막 placeMAK 에서 전시된다. 

■ 강지윤+장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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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_사운드 설치_노들섬_2012

 

 

낭만의 순간#1 <비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빼곡히 들어차있는 도시의 높고 낮은 빌딩들, 우리가 항상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익숙한 도시 풍경은 그곳에 없었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한화63시티(63빌딩)의 시야를 집중시키는 수직적 압도감도 작품이 설치된 곳에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어렴풋하게만 보인다. 오래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조릿대 군락, 그 안에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들이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시야를 차지하는 풍경이다. 군락과 함께 눈앞에 이어지는 넓은 공터는 그 용도가 어떤 것인지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기억 속에서 얼룩져 그 존재가 흐릿하게만 남는다. 낡은 벤치와 전봇대는 그 장소에 최소의 기능을 부여하는, 소소한 공적 장치로 존재한다. 이 공간이 작가 강지윤의 작업 <비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설치된 첫 번째 장소이다.

도시의 틈으로 존재하는 듯한 이 모호한 군락의 흙 위에 크고 작은 하얀 깔때기들이 합쳐진 모양의 조형물이 심어져 있다. 이것은 풀들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존재한다. 조형물은 사람들로부터 수집된 비밀의 내용이 담긴 음성을 발화한다. 이 음성은 바람과 함께 다른 소리와 섞이고, ‘일시적 낭만성’을 함유한 채 공간을 부유한다.

<비평문 ‘일시적 낭만성을 지닌 탈취된 비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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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역II_미디어 퍼포먼스_마들로 부근 쓰레기 집하장_2012

 

 

낭만의 순간#2 <일상의 고역>

한화 63시티(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거대한 도시풍경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선은 공간을 가로 세로로 점유하고 있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 위로 하강하고 이내 거대한 LG 트윈타워(쌍둥이 빌딩) 위로 솟아오른다. 이때 시선의 초점은 두 빌딩으로 분산되나 곧 빌딩 사이로 보이는 마포대교를 따라 수평선을 이으며 한강 위를 달린다. 잠시 한강의 장엄한 흐름을 바라본다. 수직구조로 즐비하게 들어선 건물들과 수평 구조로 한강을 잇는 다리들은 거대한 직물구조로 엮여 우리의 시선을 장악한다. 도시를 장악하는 수직선의 파도는 한강으로 잦아드는 것 같지만, 또다시 새로운 수직건물들의 혼란으로 연결되고 만다. 수직과 수평으로 짜인 거대한 직물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켜켜이 쌓인 지층의 파도와 같다. 이 지층의 파도 속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모호한 어떤 공간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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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역I_미디어 퍼포먼스_당인리 화력발전소 강변북로 방면_2012

 

 

작가 장근희는 일상에서 엿듣기 방식을 통해 채집한 대화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주한다. 음성의 텍스트는 심야에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고가도로 밑에 존재하는 잔여 공간, 강변북로 진입로에 있는 도로와 아파트 사이에 존재하는 공터, 철도와 야산 사이의 공간, 그리고 쓰레기 집하장 전면에서 모뉴멘탈하게 투사된다. 작업 <일상의 고역>에서 구조물이나 자연의 전면에 투사되는 텍스트의 배경은 도시 속에서 음산하게 혹은 야생적인 모습으로 그 모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언뜻 그 정체성이 의심스럽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 공간은 사유지가 아닌 공적 공간이자 어느 구석에서 장소의 몫을 해내고 있는 곳, 쉽게 지나치며 흘러가는 시간성을 가진 일상의 대화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특별할 것이 없어 흐릿하게 인식되는 보편적 일상성이 머무는 공간이다.

조각난 층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치환과 효과의 시리즈로 구성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움직이는 켜들 위에서 유희하는 것으로 일상이 존재하는 엄연한 공공의 장소인 것이다.

<비평문 ‘일상, 권력의 체계를 넘어서는 그것’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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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낯선 증언I_시멘트 캐스팅_현장설치_2012

 

 

낭만의 순간#3_<단편선/낯선 증언>

차를 타고 강변북로 초입을 지나가다 보면 화력발전소 부근 도로와 이어지는 밑변이 짧은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가로등과 화살표 표지판이 설치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내려서 이곳을 걸으면 엉뚱한 자리에 검은 비석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높이는 약 20센티도 안 돼 보이며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오각형의 검은 비석이다. 추측건대 도시계획의 목표로 진행된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일로 사고를 겪어 사망한 자의 비석이리라. 비석의 존재와 함께 연결되는 괴이쩍은 상황은 비석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삶의 구체적인 공간인 ‘거리’ 공간과 대비되는, 공공의 스펙터클로 표상되는 도시 고속화 도로에 사적인 성격을 지닌 추모비가 고착되어있다는 점이 그 재인식의 지점이다. 비석은 공공의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를 흐리는 기이한 물체로 기능하며 이 때문에 스펙터클은 괴상한 모습으로 가시화되고 보는 이를 몰두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지윤의 작업<단편선/낯선 증언>과 연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예술적 개입도 없는 실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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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낯선 증언II_시멘트 캐스팅_현장설치_2012

 

 

강지윤의 이번 작업 <단편선/낯선 증언>은 일상의 대화에서 추출한 표본과도 같은 낯선 증언을 3차원 글자 형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떠낸 것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회색 바탕체 글자는 형태소나 단어별로 분리되어 있고 재료는 시멘트로 되어있다. 총 6개 시리즈의 증언은 짧은 문장이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익숙함을 가진 문장이다. 가령 “고기를 잡으러 가도 밑밥을 대야 한다.” “남녀 관계 답이 없다.”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가는 게 사람이야” 같은 익숙하지만 경험적 입장에서 우러나는 독려, 충고 혹은 우쭐거림이 담긴 증언인 것이다. 이 시멘트 텍스트는 각각 서울 도심 내 6개의 장소에 마치 그 장소의 배경과 동화되듯 어슴푸레하게 고착되어있다. 도시에 화석처럼 굳어진 일상의 진부한 증언은 결국 공적 공간이 의무적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적 관리에 의해 혹은 우연한 관람자의 관심에 의해 천연하게 풍화되거나 사라진다. 마치 보통의 순간들이 기억되고 잊혀지듯이.

<비평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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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이 노래를 들려주면 나는 행복해_미디어 퍼포먼스_당산동 강변북로_2012

 

 

낭만의 순간#4_<너가 이 노래를 들려주면 나는 행복해>

늦은 저녁 한 버스가 4차선 도로에 서있다. 버스 창밖으로는 소비사회 산물의 거품과 같은 스펙터클이 화려한 전경으로 자리해있다. 넘치는 광고와 간판, 상품들은 도로의 양 옆을 빼곡하게 매우고 있으며 이 문물들을 지배하듯 우뚝 선 건물들은 비역사성의 기념비적 자태를 장엄히 뽐낸다.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버스 안에서 스펙터클은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TV화면 채널처럼 순환하고, 버스는 스펙터클이 점령한 도시 사이를 무심하게 지나간다. 버스는 어느 대형 백화점 옆을 지나고 승객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밖의 풍경을 초점 없이 응시한다. 갑자기 백화점과 그 부지 전체를 화려하게 치장하던 네온과 형광등이 일제히 소등된다. 버스에 탔던 사람들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갑자기 소멸된 듯 잠잠해진 스펙터클 내 한 어두운 공간으로 시선을 옮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도시에 대한, 스펙터클에 대한 개인의 의식이 전환되는 순간이다.

장근희의 <너가 이 노래를 들려주면 나는 행복해>는 지난 작업 <일상의 고역>의 연속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이것은 늦은 저녁 고속도로 밑 교각과 한강변 자전거 도로 옆의 넝쿨 벽에서 프로젝션 되었다. 대화의 음성은 화려한 텍스트를 입은 체 적막했던 공간을 위트 있게 부유하고, 투사 공간의 배경인 시멘트벽과 넝쿨은 좀 전의 황량함을 벗어나 영상에 의해 환영적 질감을 드러낸다. 본 작업에서 선택된 어떤 짧은 대화는 이전의 고역을 토로하던 대화와는 사뭇 다르게 수상하지만 흐리멍덩하고 별 내용이 없는, 하지만 “가관이네”라는 말이 나올법한 그런 췌언, 장난말이다. 일상의 장난말은 도심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소, 틈으로 존재하는 모호한 장소를 장악하고 화려한 네온 빛 텍스트로 점유한다. 이것은 스펙터클 도시에서 소등된 백화점의 공간이 대중에게 전환의 묘를 선사했듯, 도로를 지나던 버스안의 개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개인에게 일상의 전환을 선사할 수 있는 맹랑한 전용(轉用, détournement)이다.

<비평문 ‘장난은 장난이 아니야’ 中> ■ 현소영

 

|전시장 비치 서문|

재미없는 이야기는 전부 저기 미뤄두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보자. 사람은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평소엔 점잖아 보이는 사람도 가까운 누군가와 커피숍에서 큰 소리로 짙은 농담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 모를 일들이 강지윤+장근희 작가가 수집한 대화에 기록되어 있다. 머리가 새하얗게 샌 할아버지들이 가래 끓는 소리로 여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여자를 어떻게 하면 따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 비-학술적 언어로 논하는 장면이다. 한편, 앞선 대화에 언급되는 여자들을 어머니로 모시고 있을 법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이 술집에서 일상의 고역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렸을 적 커리어 우먼을 꿈꾸며 자랐을 이 세대의 여성들은 비루한 오피스 걸 정도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아쉬워한다. 그저 아쉬워하고 아쉬운 마음을 공유하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되버렸을까 조금 고민하다 술자리를 끝낸다. 할아버지들도 한창때의 젊은 여성들도 요점이 동일한 이야기를 1mm씩만 옮겨서 매일 주고받는다. 매일 말한다는 것은 그것을 모른다는 뜻이다. 모르기 때문에 말이라는 매체를 사용해서라도 알기 위해 계속 탐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의 대화들은 순간적으로 소모되지만 대부분 중요한 것들이 많고 나아가 깊은 탐구를 위해 따지고 들면 어렵기까지 하다.

강지윤+장근희 작가가 수집한 대화를 읽으면 처음엔 웃음이 나지만 갈수록 읽는 행위가 고역스럽다. 가끔 내가 타인을 언급할 때 하는 말과 가끔 타인이 나를 언급할 때 하는 말이 대화록에 섞여있다. 결국 대화록에 적힌 그대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않나 나에게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화록은 중요하고 대화록을 읽는 우리의 행위도 중요하다. 한 팀으로 활동하는 강지윤, 장근희 작가는 오랜 시간 녹음-녹취한 대화를 각자의 작가적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공공의 장소에 뿌렸다. 뿌리는 행위를 영상 및 사진으로 기록하여 그 기록을 다시 플레이스막 전시 공간에 뿌린다. 한 번도 타인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음성 대화부터 시작해 몇 번이고 작가들에 의해 재해석된 영상까지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반드시 작업의 정수를 정리해 보여줘야 한다는 전시문법에 의문을 갖는 강지윤+장근희 작가는 흘러가는 일상의 대화를 흘려보내는 전시 방식으로 플레이스막 공간에 투사할 계획이다. ■ 박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