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your fault / 박 준 / drawing, sculpture/ 2015.07.11-30

It's not your fault


박 준 / Park jun / drawing, sculpture

July  11 - 30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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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 pencil on paper, 117x91cm,2015


플레이스막은 2010년 개관 이후 매년 3i PROJECT를 기획해 전시하고 있다. 3i는 individual, independent, indicate의 약자로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발굴 및 전시를 위한 후원 프로젝트이다. 쉽게 설명해,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독수공방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들을 미학적으로 연구하며, 전시의 형태로 세상에 노출 시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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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 pencil on paper,91x117cm,2015


올해 함께할 작가는 박준 작가이다. 작년 초 작가지인의 소개로 연락이 닿았고, 역시 미술교육이 전무한 상태로 플레이스막을 방문했다. 어떤 의중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의 적은 대화의 양으로 보아 경계가 사뭇 높게 느껴졌다. 포트폴리오를 보기보단,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한 전시기획이 주를 이루는 플레이스막의 특성상 박준작가와의 여정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감지 할 수 있었고, 작가의 내력이 미비한 상태여서 모든 요소를 골고루 캐묻는 상황 이였다. 어려움에 부딪힌 나는, 바로 작업실 방문을 요청했고, 오히려 흔쾌히 허락된 작업실 미팅은, 박준 작가의 침묵의 양이 무거운 것이 아닌 나의 선입견을 일깨우는 자리가 되었다. 역시, 표현에 서툰 사람이지, 숨어있는 작가는 아니였다. 작가는 서서히 과거와 현재의 본연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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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 pencil on paper,74x54cm,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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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encil on paper,91x117cm,2015



처음 마주했을 때, 작가의 상태는 누가 봐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미학적 접근이라기 보다 치유의 목적성이 크다, 라고 설명해 주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너그러워지는 상호관계가 익숨함에 기인한 것이 아닌, 오로지 그림에 집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여유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에게 정신적 분열은 오랫동안 익숙한 습관이였고, 그 해결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였던 것이다. 내면의 표현으로 드로잉 된 작품들에 미학적 접근과 의미찾기는 잠시 보류하기로 한다. 이러한 지점은 작품 안에서의 여백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여백과 여지는 남겨둠이라기보다, 작가의 상태 안에 실제 비워져 있는 공간이다.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작품의 내용들, 즉 언어로 설명이 기초되는 것들의 의미로 박준작가를 바라보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도를 유추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정형적인 방식의 접근 자체가 예술 안에서의 맹목적 아름다움에 대한 여유와 가치가 부족해지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구체화시키고, 텍스트로 구성되는 미술계에서 또 다른 본질적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그것은 순수한 그리기 행위와 이를 통해 발현되는 100%의 작가 바로 그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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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encil on paper,117x91cm,2015


전시를 준비하며 세상과 조우하지 않은 많은 양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고, 색감이 들어간 작품들도 마주하게 되었다. “왜 색채를 이용한 작업은 이후 하지 않소?”, 작가는 말한다. “실패했소.” 지금 이 글을 쓰며 느끼는 감상이지만, 실패가 아니라 색상이 필요가 없겠구나 싶다. 인체를 소재로 다룸에도 얼굴의 표현은 너무 극적이라 읽히는 것이 싫다 한다. 그러한 얼굴위로 뒤덮은 나무의 뿌리와 가지들을 보며 감추는 것은 다른 형태의 드러냄이라고 느낀다. 백색종이 위에 신경질적인 다면체와 그 안의 인체들은 가려지고 분열된 박준의 파편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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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encil on paper,74x54cm,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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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encil on paper,74x54cm,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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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laster 38 x 48 x 58 cm, 2015


앞으로도 계속될 작가의 자아 찾기는 과거의 우울감만이 긴장되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진화되는 그림을 통한 치유자생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작가와 대화중, 깜짝 놀란 문구가 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날이 오면 좋을 거 같소.” 그는 환쟁이가 아니라, 사회와 감정이 격리된 환자이자 작가가 아닐까 싶다.  ■유디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