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먼지가 들어와 Dust in the eyes / 민2 / painting / 2013.06.21-07.14

민2

 

눈에 먼지가 들어와 Dust in the eyes

 

June 21 - July 14, 2013

opening reception 7pm June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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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trees_oil on canvas_135x230cm_2013

 

어느 날엔가 어느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창가자리에 앉았더랬다.

울렁이는 두려움과 동시에 창밖의 환상적이고 무서운 풍경에 한동안 매료되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동그라미 시야 프레임의 풍광들, 일정시간 이상 비행기가 오르자 높은 고도로 인해 창 밖 풍경은 구름 밑으로 모두 가라앉았고 세계는 온통 하얗게 변했다.

즐길만한 풍경이 다 사라지고 난 후, 그때서야 비행기 창에 가득한 먼지와 물 얼룩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물을 리와인드하듯 반대 순서로 풍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창문-구름-산-건물-사람-자동차-도로-그리고 그 밑으로 또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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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a glass_oil on canvas_117x91cm_2013


우리의 발밑에는 두터운 시멘트와 상하수도의 배관, 전기선과 강력한 철근들이 지그재그로 깔려있다. 더 내려가 보면 시커먼 터널 속으로 굉음을 내는 지하철과 무명의 군중들이 바삐 이동하고 있을 터이다. 간혹 도시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 공사현장에서 드러나는 낯선 속살들을 정지 상태로 한동안 바라보곤 한다. 지속적으로 어떠한 현상들을 덮고 덮었던 일부의 모습이란 일종의 추하며 경이로운 데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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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a tree_oil on canvas_80x117cm_2013

 

 

우리의 의식은 느슨한 시각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대상의 표피적인 측면들이 망막에 와서 맺힌다. 민2 작가는 그림이라는 장치 또한 시각적인 기질이 강하여 심미적인 차원에서의 한계성 안에서 부르는 돌림 노래 같다고 자주 회의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한 지점에서 일정 관객들의 수동성에 일정 부분 안타까움이 자주 이는데, 그로 말미암아 작가만의 짓궂은 장치들을 몰래 숨겨놓기를 즐기는 편이다. 이는 풍요보다 결핍이 발생했을 때의 각성이 도리어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가시방해요소들을 그림 안으로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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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a Man_oil on canvas_73x61cm_2013

 

 

의도적인 방해물들 혹은 개연성과 시각의 시원함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치들로 회화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가려진 이미지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자유롭게 열린 형태로써 그림 속의 내러티브를 주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눈에 먼지가 들어와> 전시 제목처럼 먼지 같이 작고 미세하지만 걸리적거리는 요소로부터 불편을 느껴온 탓이고, 실은 부드러운 어조로 은밀하게 속삭이는 것이다. '뭔가 답답하고 뿌옇다는 것을, 그림은 환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헤치는 것에 힘쓰고 있다고'

 

 

또한 미술교육제도 안에서 습득되는 효과적인 설득과 방법론, 구도, 주제 등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부분들을 오히려 반대의 요소에 힘을 쓰는 것이다. 대체적인 매체에서 주인공을 ‘주체’로 내세워 주어와 술어간의 편안한 리듬을 지향하는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리듬을 방해하는 연속적인 쉼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이미지로써 몇 가지 사물들이 화면의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나무, 와인 잔, 안개, 어둠 등이 화면의 연속성을 돕거나 단절시키며 인물들의 표정이나 상황들을 추리해내기에 시원한 가시성을 확보하여 주지 않고 있음이다. 또한 화면 속의 인물들은 등을 돌리고 숨어들고 중첩되어 화면 밖의 관객들을 의식적으로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림의 기능의 일정한 한계에 슬퍼하며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도리어 자신들의 은밀한 미스터리를 감추고 화면 안에 숨는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이라는 매체의 2차원적인 특성상 평면 속의 숨은 원근감의 착시 속에서 당신은 깨어날 것이다. 그림 옆으로 가보았자 납작한 캔버스만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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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mist_oil on canvas_163x130cm_2013

 

작가가 숨겨놓은 어두운 음모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연속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은 말랑거리고 상상력을 각성시키는 시적 허용들을 제공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책 클라이맥스의 찢긴 페이지를 발견하고서 비어있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끊긴 이야기를 잇기 위한 내러티브를 향한 열망을 일으켜본 기억을 소환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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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2_a painting_oil on canvas_91x117cm_2013

 

 이 전시를 통해 본다는 행위, 그림이라는 매체 그리고 역사의 가려진 비탈길 등을 자유롭게 상상하길 바란다. ■플레이스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