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그림 / 박순찬 / painting / 2016. 10. 23 - 11. 12
뻔한 그림
박순찬
2016. 10. 23 - 11. 12


신화에 잡힌( Mythic seized) 사회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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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of Populace_2015_130cm x 75cm_acrylic on wood


“아이의 지성이 눈을 뜰 때쯤이면 종교적 교리는 이미 공격할 없는 절대적 존재가 되어있다” 

S.Freud. <The future of an Il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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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hip Of Hell_2015_60cm X 60cm_watercolor on paper




 인간은 불완전하며 욕망한다. 자신이 자신을 기억할 수 없는 긴 시기 동안 절대적 의존기간, 무기력한 시간을 통과한다. 불완전하며 불안정하다. 인간은 불안정, 불안을 견디지 못한다. 문명이라는 거대한 장치는 그런 인간에게 실제적 필요를 제공함과 동시에 불안한 심리적 현실을 안정감의 환상으로 비틀어버리는 실험을 해왔다. 이야기, 신화는 그러한 것 중 하나이다. 사회는 사회가 공유하는 신화를 만든다. 욕망하고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한 신이 되던지 아니면 신과 관계함으로 신의 일부가 되는 환상을 꿈꾼다. 신화의 이야기 체계 속에 개별적 삶을 내맏긴다. 유동하는 인간 감각과 감정,사고들을 신화라는 매트릭스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시간은 신화 속의 시간으로 대체되고 개별성은 이야기 속 역할의 하나가 된다. 날 때부터 ‘신화가 부여하는 역할’ 속에서 평생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닫힌 공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토마스 만이 지적한 대로 현재에 살고 있지만 과거의 삶을 따라가는, 그것을 반복함으로 현재성을 살아가는 신화적 사로잡힘(mythic seizure), 신화적 동일시(mythic identification)의 삶을 산다. 이렇게 신화의 시대는 만들어진 사회 구조가 개인의 내면적 구조를 지배하는 무거운 시대다. 인간의 몸이 사회적 몸의 일부가 되어 구속된다. 의식은 그 지배방식을 모를 것이다. 인간은 구조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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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 99%_2012_120cm x 90cm_acrylic and mixing materials on wood




 고대 이집트는 불안정과 무질서의 현실을 신화의 매트릭스를 통해 3000년간 유지해왔다. 안정과 불안, 무질서와 질서, 안과 바깥, 선과 악을 선명하게 구별한 신화는 피부와 같이 사회 체계와 반응하였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실험은 거칠 것이 없었지만 그들이 만든 거대한 틀, 신화적 삶의 방식은 변화하지 않는다. 인간은 신을 만들고 인간은 신이 되며, 신이 된 인간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신화 속에서 관계함으로 보여준다. 처벌과 유혹의 사회 구조 속 인간에게 이 신화는 현실이 된다. 파라오는 그 신의 아이콘이다. 그는 결국 신이 되고 시대 창조 신화의 일부가 되어 절대 권력이 된다. 신이 된 파라오를 중심으로 시간성은 힘을 잃고 사회 구조는 그 시간 속에서 불변한다. 그 정치적 힘은 모든 사회, 인간이 그 신화 속의 역할의 일부로 돌아가게 한다. 이미지는 그 사회구조, 신화에 봉사하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이룬다는 환상을 만족시킨다. 수천년간 변하지 않는 이미지 양식은 그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는 신화의 힘과  정치권력에 굴복한 재현이다. 그 재현체계는 다시 현실을 바라보는 틀이 되어 개별자의 시각, 사고를 지배한다. 반복이 시작된다. 이는 신화 세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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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blic of 516_2013_120cm x 90cm_acrylic and mixing materials on wood



박순찬 작가는 고루한 시대적 틀, 화석이 되어버신 양식을 최근의 한국 사회에 이식한다. 모래 먼지 쌓인 죽은 나무처럼 보였던 이야기가 작가에 의해 피가 흐르는 생명을 얻었다.  현대 사회와 예술은 그때의 것과 다르다. 문명 초기 사회가 지배했던 양식과 비교하여 지금은 개별자의 예술이다. 자신을 피부와 같이 지배했던 거대한 타자를 분리하고 해체함으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배 예술가들의 고단했던 투쟁에 빛을 진 작가는 그 방법으로 한국 사회를 타자화한다. 개인 내면에 스며들어 강제적으로 점유하는 힘, 권력체계를 객관화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언론사에서 20여년 넘게 4컷만화로 경험했던 개별적인 시선과 내용을 이집트의 양식 안에 녹인다. 매일 신선하게 뽑아내었던 만화의 내용들이 녹아 작품 하나에 응집되어 모인다. 짧지 않은 파라오의 전기를 하나의 평면에 상징과 아이콘, 언어로 모았던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한국 사회를 압축하고 압축한다. 무한한 관념과 사건들이 이집트의 장인처럼 이미지 속에 배열된다. 그들처럼 빠지지않게, 질서를 지켜 균형을 잃지 않는다. 하나 하나 깊은 고민의 흔적이다. 사회적 현상이 하나의 언어,아이콘으로 구별되고 상징화되며 각자의 위치에 배열이 된다. 들어갈 관념이 들어갈 위치에 배치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상응하는 효과적 양식을 보물을 캐듯 찾아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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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Nut Princess_2015_26cm x 26cm_enamel paint on ceramics





 파라오의 무한한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이집트 신화의 다양한 신들은 현대 사회의 거대한 자본, 언론, 법의 모습으로 치환이 된다. 파라오만의 사회 구조를 위해 봉사했던 사회 체계의 관념들이 다른 이름으로 변형되어 유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권력자는 신화화되고 군중에게 신화를 주입한다. 파라오와 같은 인물을 위해 살아가게 되는 이 사회 현실이 슬프다. 자유를 얻었지만 스스로 그 자유를 구속한다. 우리는 99%지만 1%를 동경하고 그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거대 자본이 뒤에 숨은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역시 ‘신’이 되고자 하고자 한다. 우리의 욕망은 그들의 욕망에 종속이 되고 우리 시간과 대화는 그들로 채워진다. 살아갈 공간이 있지만 개별적 심리적 공간은 희미해진다. 무엇인가 열중하지만 정해진 틀 내에 있다. 즐거움도 분노도 구조 바깥 이외가  허락되지 않는다. 운명적으로 결정된 구조 속의 인간으로 순응 되어가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욕망하는 인간은 유혹하고 처벌하는 절대자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작가의 작업 속에서 구조의 수평선 아래 표현된 ‘구별이 없는 얼굴들’의 삶이다. 작가가 보는 심리적 노예다. 위 아래를 구별하는 선이 점점 두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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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mory Of Sewol_2014_70.5 cm X 56 cm_acrylic on wood




 작가의 경험과 관념은 이집트의 양식 속에 녹아있지만 감정은 숨어있다. 이집트의 장인이 시대적 양식에 감정을 배제한 것처럼 작가 역시 감정을 형식 속에 가두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호에 대한 작업에서 스며나오는 작가의 분노나 깊은 슬픔은 숨기지 못한다. 형식이 감당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작업의 실제적, 심리적 무게로 표현된다. 작가의 관심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99%를 향한 깊은 애정이다. 절대자의 마취에 취해있는 군중들에게 그들의 위치를 다소 과장되게 보여줌으로 순응의 파도를 막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는 벽화와 같이 무겁게 작업을 하였다. 현 시대의 이집트 장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과 다르다. 시선의 방향이다. 장인들은 절대자를 향했지만 작가는 그 아래, 우리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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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l Sexy Star_2016_56cm x 40cm_arcrylic on MDF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작가 이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