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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용도 捨物懿庸圖』 이 작업은 어떤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환경을 위해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사람이 살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없지만 조금의 성의와 노력만으로도 그것을 줄 일 수는 있다’라는 생각과 버려지는 물건, 폐목재들을 모아 다시 쓸 수 있게 만들거나 필요에 맞게 재조립 또는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개념으로 해온 작업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써오던 작업실을 정리하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연희동 작업실을 처음 얻어 작업실 보수공사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인 ‘나무를 심어 자라는 속도보다 나무를 베어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와 잠시 배운 목공기술로 돈이 필요할 때 가끔 목수 일을 하면서 들었던 ‘친환경과 친환경마케팅이 뒤섞이고, 지극히 의도적이며 듣는 사람이 헷갈릴 수 있는 해괴망측한 이야기들에 대한 반감’이 동기가 되어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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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쓸물건-문없는장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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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쓸물건-문없는장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20

 

 

작업의 참여자가 되었던 사람들에게 만들어 주었던 작품 중 찾아가지 않은 작품 몇 점과 작업 과정 중 하나인 버려지거나 버려질 나무와 물건들을 모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손을 본 후 작업실 한쪽에 쌓아 놓은, 지난 10년 가까이 모아온 작품의 재료가 나에게 남아 있었다. 작업실을 정리하며 ‘새로 얻은 작업실에서는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기 불편해지거나 어려워지겠다’라는 생각과 ‘새로운 공간에 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 작업실에서 마지막으로 작업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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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158cm,단아한마흔아홉살여자가쓸책상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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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158cm,단아한마흔아홉살여자가쓸책상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20

 

 

 

작업을 하려고 쌓아 놓았던 나무와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며 보니, 단순한 작업의 재료가 아닌 지나간 시간과 삶의 흔적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떤 것들은 희미하게 어떤 것들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지나간 시간이 기록과 기억이 되어 한걸음, 한걸음 내게 다가 왔다. 작업의 재료로 분해해 놓은 물건 중 하나는 지난 20년을 나와 함께 내손에 이끌려 돌아다니며 지나간 여러 인연의 사람과 시간, 공간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모두가 각기 다른 저마다의 이야기를 재잘거렸다. “이것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져다 놓았던 거야. 그리고 왜 가져다 놓았던 거야.” 그 때의 내 삶은 어떠했으며 무엇을 했는지 반추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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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12월말후암동영주교회근처노동하던곳에서모아온나무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15

 

 

작업의 결과물(작품-가구와 사진)만 가지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지극히 사적이며 개인적인 감정의 편린들일지라도, 나에게는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일 것이다. 효용과 효율을 따지고 들자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작업에 들이는 시간, 노동에 비해 너무나 어리석고 비효율적이며 효용가치가 없을 것이긴 하나 ‘빨리 많이 잘 만드는 기술을 뽐내거나 작업과정의 효율성, 결과물의 효용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한 작업이 아니기에 상관은 없다. 그저 내 마음과 정성을 담아 내 삶의 경험에서 익힌 기술과 최소한의 연장만으로 하나씩 더디게 작업해 나갈 뿐이다.

 

이번 작업의 결과물은 내가 사용할 것들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것들로 섞여 있다. 내 지나온 시간을 모으고 마음을 담아 만든 결과물들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 ‘사물의용도’를 다하며 오랫동안 잘 쓰여 지길 바란다.

*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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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노동하러간집-1959년9월에상량했다_디지털프린트_가변크기_2015